료안지의 석정은,

우주를 축약해 놓은 것이랍니다.

료안지의 스님들은 우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유한함을,

이 석정을 바라보며 수행했다 합니다.

#3. 인간이라는 우주

우주 삼라만상 중 가장 그 본질을 깨닫기 힘든 것은

아마도 인간일 것입니다.

어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요인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적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대상이 바로 인간인 듯 합니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의 눈빛만 보고

그 사람을 피해야하는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심지어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사람임에도

다른 사람의 평가 한 마디만 듣고,

그 사람을 평가해버리기도 하지요.

때론 그 평가의 대상이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작은 결점 몇 가지,

혹은 자신이 행한 실수나 행위 몇 가지를 가지고

자신을 실패자, 낙오자로 규정하고 꿇은 무릎을 펴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는 우리 눈앞에 펼쳐진 30여초 가량의 단순한 동영상을 보면서도,

사람들 사이에 등장해 가슴을 쿵쾅쿵쾅 쳐대는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고릴라를 보았다 해도 또 다른 중요한 사건들을 보지 못하는

불완전한 판단력을 가진 존재이지요.

료안지의 돌처럼

나 자신, 내 주변 사람들, 혹은 내 주위에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우리는 전체를, 혹은 진실을 알 수가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나와, 타인과, 내 주변과, 우주 전체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투명고릴라들을 찾으려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부디, 잘못된 지각이나 판단으로 타인을 매도하지 않기를,

제발, 내게 보이는 몇 가지 모난 돌만 보고 나를 쓸모없다 여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