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병원 진료시간
평   일 : 09:00 ~ 18:00
토요일 : 09:00 ~ 13:00
일요일, 법정휴일 휴무
대표전화
032.571.9111

칼럼

칼럼

마음의 무좀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참사랑병원

작성일 : 11-10-24 12:57 조회 : 4,976회

본문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무좀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적어도 반수 이상은 크고 작은 무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무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5년, 10년 등 긴 세월 내내 무좀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무좀은 불치병인가?
무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의 부모나 자녀를 보면 무좀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무좀은 유전병인가? 무좀에 대한 치료약 또한 다양하다. 바르는 연고부터 시작해서 먹는 약,
민간요법까지 너무나 많다. 과연 무좀은 치료 되기는 한 병인가?

무좀을 앓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좀 치료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연고를 좀 발라서 낫는다 싶으면 금새 재발하는 그 생명력이 질긴 놈이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무좀이란 불편한 질환을 안고 사는 이유는 무좀이란 놈이 독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아주 간단한 것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무좀의 가장 큰 치료는 날마다 깨끗하게 씻고, 잘 말려주는 것이다.
집에 발 닦는 마른 수건이 있는가?
발만을 전용으로 닦는 마른 수건이 있는 집안은 무좀이 없을 것이다.
예쁜 발을 가진 사람들의 습관은 거의 공통적이다. 세수를 하면서 꼭 발을 씻는다.
발을 씻고는 꼭 마른 수건으로 꼼꼼하게 닦는다. 그리곤 얼굴에 로션을 바르듯이 발 또한 잘 펴서 발라준다. 무좀이 있는 체질이 따로 있다고? 절대 아니다.
단지 그들은 발을 씻고, 닦고 발라주는 것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간단한 처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무좀 때문에 고생하고 있고,
무좀에 대한 수많은 연고와 약들이 매상을 올리고 있다.
 
왜 이 치료법 간단한 무좀이 오래도록 낫지 않는가?
첫째 사람들은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주 간단한 원리도 몰라서 또는 아주 게을러서 무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무좀이 불치병이어야 하고, 그리고 그 명성에 걸맞는 더 효과 탁월한 약을 기대한다.
둘째, 사람들은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간과한다.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독한 약에 반한다.
그리고 증상이 사라지면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좀이 살기 좋은 그 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어떤 좋은 약으로 치료된 발도 다시
 무좀의 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껏 장황한 무좀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정신과 의사인 내가 정말 무좀치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무좀이다. 우울증 또한 무좀처럼 치료는 간단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에 대처하는 것 또한 무좀에 대처하던 것과 꼭 같다.
간단한 치료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울증이란 명성에 걸맞는 효과 좋은 치료제를 원한다. ‘난 원래 우울증이 좀 있는 사람이어요.’ ‘거의 한평생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게 쉽게 낫겠어요?’ ‘내 삶의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이 우울증은 절대 안 없어 져요.’ 사람들의 거의 반 이상이 무좀으로 고생하면서도 정작 적극적으로 무좀을 치료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듯이 거의 세상 사람들의 80%가 우울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면서도 우울증에 대한 치료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다.

그들은 이 정도 우울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이 정도의 우울은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울증의 치료방법은 무엇일까? 너무나 간단하다. 그저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다. 잠이 오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쉬는 것이다.
어쩌면 웃을 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치료방법이야? 너무 간단하잖아?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아주 복잡한 수학공식이며, 과학원리는 외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체리듬에 맞는 수면시간은 몇 시간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각자에게 맞는 수면시간이 따로 있다는 것 자체도 생소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수면시간에 맞게 자려 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한 취침시간에 자려한다.
피곤할 때 쉬려 하기보다 하던 일이 끝나야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플 때마다 먹는다는 것은 미련하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위해서는 칼로리에 맞춰 먹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내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주는 것을 게으른 사람이라고 간주한다.
 자고 싶은 것 다 자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쉬고 싶은 것 다 쉬면서 어떻게 남을 따라 잡나? 그러나 안자고, 덜 쉬고 정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눈뜨고 있는 시간이 모두 일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8시간 자야만 개운한 사람이라고 해서 평생 그렇게 꼭꼭 8시간 자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의 소리에 맞춰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면 내 몸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도를 닦는 도인들도, 억지로 첨부터 자신의 욕심대로 먹지 않고,
 잠자지 않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소리를 열심히 들은 결과로
그들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울증의 치료는 간단하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내가 피곤할 때 쉬어 주고,
내가 배고플 때 먹어주라. 그리고 이것을 습관화 시켜라. 꾸준히 해 보라. 내 몸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익히는 순간, 많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평상시에는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에 거슬리던 상사의 목소리도, 어느새 웃으며 흘려
넘기는 여유로 대처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많은 외적인 스트레스들 자체도, 내 우울한 몸이 우울한 색안경을 끼고 봐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무좀,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은 불치병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무좀의 치료처럼 아주 간단한 이 치료법을 꾸준히 습관처럼 계속 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자고, 충분히 쉬고, 맛있게 먹는 것, 단지 그것 뿐이다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미재 진료과장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