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음주를 위하여 [천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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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작성일 : 18-12-12 17:24 조회 : 4,0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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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음주를 위하여....?!
올 한해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연말연시이다보니 술 먹고 놀기 좋아하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연말까지 이어질 각종 송년회, 동창회, 종무식 등 각종 회식으로 이어질 긴 음주의 레이스를 생각하면 긴장이 안 될 수 없겠지요. 필자의 직업이 알코올 중독을 전공한 정신과 의사이다 보니 이맘때가 되면 주변의 지인들이나 언론사들로부터 '건강한 음주'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는 일이 많은데 이때마다 나름의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아마도 과연 '건강한' 음주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건강한 흡연’이라는 것이 어불성설이듯이 '건강한 음주'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포도주 1잔이 심장병을 줄여주고 수명을 늘려준다거나 치매의 위험성을 줄여준다는 등의 연구 결과들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면서 마치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무서운 사실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먼저 음주가 도움이 된다는 기저의 연구 결과들에서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는 것은 음주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수준은 극히 적은 양의 음주(소주 2잔 이하, 포도주 1잔 이하)에 국한된 경우이며 이 수준의 양을 넘어가게 되면 술로 인한 심각한 신체적, 정서적 문제들이 발생할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실 회식자리에서건 어디에서건 아예 안마시면 안 마셨지 소주 1잔 마시고 일어설 사람이 어디 있겠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주 1,2잔이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주어서 심장병 위험 등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위한 다른 건강한 방법들이 너무도 많은데 굳이 술의 도움을 빌어 건강을 챙긴다는 논리는 궤변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는 연구 결과들은 술이 설령 다른 신체 기관에 있어서는 아주 미미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뇌'에 있어서는 술을 아주 조금이라도 마셔온 사람의 경우 전혀 안 마신 사람에 비해 나이가 들수록 뇌의 크기가 현격하게 줄어든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건강을 생각한다면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것이 정답인 것입니다. 술을 아예 안 마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만 할 상황이라면 다음의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공복에 술 마시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만 합니다. 공복 시 음주는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켜서 쉽게 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위궤양, 위출혈 등 위장관계 질환을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음주 중 안주를 많이 먹어야 하는 데 특히 비타민이 많이 든 채소나 과일 위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폭탄주는 그야말로 폭탄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는 체내에 가장 흡수가 용이한 수준의 농도이기에 뇌에 있어서는 심각한 알코올 폭격을 가하는 셈이고 필름이 끊기는 현상의 주범이기도 하다. 잦은 필름 끊김 현상은 향후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하는 전조증상이기도 합니다. 또한 되도록 회식자리에서 많이 떠들고 의식적으로 술을 느리게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회식 중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의식적으로라도 한 잔 마시고 나면 반드시 물을 마셔주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술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얼음물을 갖다 달라고 해서 같이 마시는 버릇을 들이십시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의 함량이 많을수록 뇌를 비롯한 각종 신체 손상에 증가하기 때문에 독주는 되도록 피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고 있는 막걸리 열풍은 소주나 위스키와 같은 독주들을 대신할 수 있다면 좋은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만 막걸리 또한 과음하게 되면 다른 술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재 한약이든 양약이든 정규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음주는 먹고 있는 약의 부작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술로 인한 간 독성도 증가시키는 만큼 주의해야만 합니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자주 마셔야 할 사람이라면 간(肝) 휴일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주일 중에 3일 정도는 아예 요일을 정해두고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 날로 정해 놓고 술 약속은 나머지 요일에 몰아서 처리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억지로 술을 먹이는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담배를 권하는 것이 지금은 인식이 많이 향상되어서 옆에서 담배 피는 것도 미안해하고 더군다나 한 대 피우라고 부추기는 것은 나쁜 행동으로 인식된 것처럼 술을 권하거나 원 샷을 부추기는 행동이야말로 비난받아야 할 행동이라는 식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지나친 과음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거나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가까운 정신과를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를 통해서 얼마든지 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암도 초기 단계에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술 문제가 있는 분이라면 초기에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 나가시면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경기신문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