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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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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본드 흡입을 한다면 [천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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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12-12 16:49 조회 : 4,340회

본문

특별기고

우리 아이가 본드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즈음 니스나 본드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것이 중독성물질이고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막상 아이에게 이런 문제가 나타났을 때, 학교와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연하다. 아름다운 세상지기에서는 천영훈 정신과 전문의를 모시고 니스나 본드에 노출된 청소년의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1.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하잖아요. 아이가 친구 따라 호기심에 했다고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니스나 본드사용은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 그냥 앞으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도록 다짐을 받아내면 되는 것인 지 궁금합니다.

니스나 본드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심한 독성을 가진 물질입니다. 단 한차례 사용만으로도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보고될 정도로 심각한 물질인 만큼 단순히 일시적인 일탈로 보고 넘어가서는 안되며 반드시 담임 선생님은 물론 본드를 하는 다른 친구들의 부모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어야만 합니다. 또한 니스나 본드를 생전 처음 했을 때 부모나 학교에서 발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부모나 학교에서 인지하게 된 시점이라면 상당 기간 진행된 경우라고 보아야 하며 우선적으로는 마약퇴치운동본부와 같은 전문 상담 기관에 상담을 의뢰하셔야 합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전문 상담사를 통해서 향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 설명해 드릴 것입니다.

2. 본드를 사용한 모든 아이들이 다 중독되나요? 아이가 다시는 안한다고 할 경우,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전부 다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상당수의 아이들이 강박적인 사용을 하게 되는 중독의 단계로 이행을 하게 되며 또 향후 끊게 된다고 할지라도 본드 흡입 횟수와 기간이 길수록 뇌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만큼 단순히 다시는 안하겠다는 아이의 약속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일단 이러한 물질들을 사용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중독이 뇌의 병이라면 그냥 두면 더 안 좋아지나요? (혹시, 성인의 되었을 경우 어떤 후유증이 있나요?)

중독은 명백한 뇌의 병이며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뇌에서 강박적으로 그 물질을 갈망하고 남용하도록 만들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강박적인 사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한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는 없으며 거의 모든 경우에서 점점 더 심해지며 악화되어 삶 전반을 파괴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게 됩니다. 특히 본드나 니스의 경우 심한 뇌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지능을 비롯한 제반 판단력, 이해력,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유발함은 물론 심한 경우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환청과 환시, 망상적 사고가 평생을 통해 지속될 위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초기에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이루어져서 본드와 니스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향후 이러한 물질들을 철저하게 끊고 지낸다면 손상되었던 뇌 조직은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4. 입원치료, 외래치료, 상담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요?

어떠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와 같은 전문상담기관을 통해서 상담하셔야 합니다. 아이의 상태나 학교 및 가정 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한 치료적 개입에 대한 조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주 초기 사용 단계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 만으로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만 강박적인 사용의 단계로 진행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외래 혹은 입원 치료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입원 치료는 강박적인 본드 흡입이 전혀 통제가 되지 않을 경우, 본드를 하는 또래 집단과 지속적으로 어울림으로 인해서 가출, 음주, 절도 등 비행행동이 반복되는 경우, 본드 흡입으로 인한 지적능력의 저하나 정신증적 증상의 발생 혹은 내,외과적 문제를 동반한 경우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가지 꼭 알아두실 점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고 외래 혹은 입원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본인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한은 어떠한 진료 기록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며 향후 사회생활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는 점입니다.

 

5. 중독도 약물치료를 하나요? 정신과 약물은 중독성이 없나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신과적 약물 치료를 병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본드나 니스를 흡입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많은 수에서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의 우울증과는 달리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가면성 우울이라 해서 우울하다는 느낌보다는 반항과 일탈 행동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우울제의 처방을 통해서 이러한 가면성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자연스럽게 본드 흡입 및 기타 일탈 행동도 호전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강박적으로 본드를 흡입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물질에 대한 갈망을 만들어내는 뇌의 특정 부위에 작용하여 본드를 하고 싶은 갈망 자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항갈망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두가지 약물 모두 전혀 중독성이 없으며 청소년의 성장과 발육에 전혀 지장을 끼치지 않는 안전한 약물입니다.

 

6. 아이가 좋아졌다는 기준은 무엇으로 알 수 있나요? 본드중독의 경우,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나요?

본드나 니스 흡입을 비롯한 제반 약물중독은 회복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는 질환입니다.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형성된 중독이 단 한차례의 상담이나 치료로 호전될 수는 없겠지요. 우선은 청소년 본인이 자신이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상담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면 회복이 시작된 것입니다. 청소년이 좋아졌다는 기준은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현재 본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수준을 넘어서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이제까지의 일탈 행동으로부터 벗어나 긍정적인 행동들을 늘려가는 단계에 이르렀을때라 할 수 있습니다. 강박적 사용으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일반적으로 약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를 권유합니다. 본드나 니스를 끊고 나서의 첫 3개월의 시간이 가장 위험하고도 중요한 시간이며 이러한 위험기간을 잘 넘기고 나면 회복은 좀더 빠르고 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중독성 물질의 유혹에서 이길 힘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상생활에서 어른들의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무분별한 음주나 흡연에 대해 어른들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중독성 물질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삶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워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본드나 니스를 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로부터의 보살핌이 부족하거나 별다른 즐거움을 느낄만한 의미있는 활동들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어려서부터 스포츠나 예술, 봉사, 종교 활동 등 건강하고도 생산적인 활동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 속에서 건강한 즐거움을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러한 건강한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들이 본드는 물론 술, 담배와 같은 중독성 물질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영훈 선생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참사랑병원 원장이며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성인마약류의존자 치료강의를 맡고 계십니다. 인하대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과 외래교수이며 전국 교도소에서도 중독에 관한 교육을 하고 계십니다.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소식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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