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자식을 먼저 죽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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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참사랑병원 작성일12-10-19 11:09 조회5,4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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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람들의 각자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다.
그러나그렇게 죽는 이유들은 다양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기 전에 자식들을 먼저 죽인다.
대개의 아이들은 자신이 왜 죽는지, 아니 죽는지 조차 모른 채 죽어 간다. 그들은 왜 자식들을 죽이는 걸까?그렇게 자식들의 생목숨을 끊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믿는 이유는 뭘까?자살을 선택하기 전에 자식들을 먼저 죽이는 그들의 심리는, 먼저 자살을 선택하는 그들의 마음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왜 자살을 생각하는걸까?
물론 자살을 하는 대개의 사람은 우울증으로 많은 치료를 받아온 과거력이 있거나,우울증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기저의 우울증이 있던 사람들이 많다. 우울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한 사고의 유연성이 적다. 그들은 행복에 이르는 길은 딱 한가지 뿐이라고 믿는다.
쉽게 말해서 '여우의 신포도' 같은 삶의 합리화와 타협을 모르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믿다가도, 사업에 실패하거나 보증을 잘 못서서 재산의 심각한 손실을 보게 되면,또 다른 희망을 어떻게든 찾는다.
이꼴 저꼴 안보고, 멀리 이사가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끼리 또 의지하면서 사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종교에 귀의해서 자신이 가졌던 모든 욕심을 내려 놓고 살기도 하고, 또 건강하게 잘 크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키우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한 사람들은 타협할 줄 모른다.
돈에 대해 큰 가치를 가지며 살았던 우울한 사람들은 그 돈을 잃으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가치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은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기에 죽기로 결심한다.
물론, 돈 없는 세상은 죽음 보다 못한 삶만 있다고 강력히 믿기 때문에, 그런 세상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들을 차마 두고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살인의 죄를 하나 더 뒤집어 쓰더라도 죽여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정의인 것이다.
또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아론 벡의 '우울 3요소'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론 벡은 우울한 사람들은 공통적인 3가지의 상을 가진다고 했는데,
첫째 자신에 대한 부적절하고 우울한 자아상
둘째 절망적이고 우울한 세계관
세째, 희망없고, 가능성 없다는 미래관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우울한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벌레처럼 보잘것 없이 보이고, 세상은 모두 썩어 문드러져 어찌 손 써 볼 수 없는 상태에 있고,우리의 내일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아론 벡이 주장하는 우울한 사람들의 공통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는 그들은, 앞으로 다가 올 미래는 그저 일말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 끝없는 암흑의 세계일 뿐인 것이다.
그렇게 슬프고 힘든 미래를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고생하면서 산다는 것을 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또 자식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생각을 굳힐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어쩌면 지나친 책임감에 휩쌓여 몇 갑절 힘든 삶을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은 진정 자신의 소중한 자식이신이 자신들에게 잠시 빌려준 소중한 보물임을 모르는 것일까?오로지 자신만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자신이 낳은 자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것이
오로지 자신의 몫이고, 자신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으로 키운다고 해도, 내가 자식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아주 미미하다. 그러나 그들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없어지면 자식은 가장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무지막지한 엉뚱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신과 의사의 견해를 전하자면, 우울한 부모에게 자라는 것보다는 건강한 보모에게서 자라는 것이 훨씬 더 아이에겐 이롭다는 것은 이미 여러 논문에서 밝혀진 바이다.
그들의 말도 안되는 부적절한 책임감이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자식에 대한 과도한 죄책감으로 자신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했을 것이고, 그들이 죽음을 결심한 순간에도 그들은 다른 가능성을 가진 인격을 무참히 해치는 만행을 저지르고 가게 된다.
그렇다.
우울한 상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우울한 사람으로 타고나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울에서 빠져나오도록 자신의 생각을 그때그때 잘 조절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울도 하나의 습관이다.
우울한 상황에 처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하고,
하나에만 집착하고, 매달리다 보면, 끝내 죽음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게다가 자식까지 죽는 길이 유일한 탈출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비상식적이고, 잔인한 선택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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