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병원 진료시간
평   일 : 09:00 ~ 18:00
토요일 : 09:00 ~ 13:00
일요일, 법정휴일 휴무
대표전화
032.571.9111

칼럼

칼럼

행복한 풍선 [천영훈 원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18-12-12 17:52 조회 : 4,044회

본문

행복한 풍선?                                                                            

풍선이 행복할 수 있다니..
사람 살기도 각박한 세상에 참 신기한 일이죠.

요즘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해피 벌룬(happy balloon) 이야기입니다.
일명 마약풍선 혹은 웃음 가스(laughing gas)라고도 하지요.
흔히 외국에서 파티나 클럽에서 남용되고 있었고 합법적 마약(legal high) 행세를 하며 사람을 여럿 저세상으로 보내서 외국 매체들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졌던 이 어이없는 가스가 우리나라에서도 활개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에도 웃음 가스를 흡입하고 찍은 동영상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고, 심지어는 몇 년전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멀쩡한 연애인들이 실험이랍시고 웃음 가스를 마시고는 박장대소하고 의자에서 떨어지고 하는 장면들이 방송되었죠.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가 봅니다.


해피 벌룬, 즉 웃음 가스의 화학명은 아산화 질소(nitrous oxide)입니다.
이 기체는 1700년대 말에 발견되어 기분을 좋게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졌고, 1800년대 중반부터는 간단한 외과 및 치과 수술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로켓이나 경주용 차의 엔진 출력을 높이기 위한 재료로, 또는 휘핑크림이나 면도크림의 분무기에 충전되어 쓰이는 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지라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 물질이기도 하구요.

이런 어마무시한 물질을 재미삼아 몸속에 집어넣다니요.

뭐 웃음 가스라고 하니 바보같이 실실 웃게 되는 거야 굳이 안 해봐도 알만한 사실이구요.
이거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질식사 했습니다.
단 한 번의 흡입만으로도 사망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고, 뇌의 산소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사지 마비, 보행 장애, 기억 상실 등을 유발하게 되고 이러한 신경학적 손상들은 영구적으로 지속되거나 회복된다 해도 정상 기능을 되찾지 못합니다.
가스에 취해서 몸을 못 가눔으로 인해 추락, 교통사고 등 이차 피해가 속출하는 것은 물론 피해망상, 환청 등과 같은 정신증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입원했던 제 환자분들만 봐도 벽 뒤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리고, 병원이 클럽인 줄 알고 춤을 추거나 환청과 대화를 하고, 가스에 취한 상태에서 자해를 해서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전혀 기억이 없는 등 소위 정신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상한 증상들이 다 나타나더군요.
물론 하지 마비가 와서 아직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꽃미남 청년도 있습니다.
정말 속이 터질 일입니다.
원래 마약에 찌든 소위 약쟁이들도 아니었고, 정말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밝고 건강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로, 중독성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중독성이 없기는요.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다들 이 가스에 대한 엄청난 갈망(craving)을 호소합니다. 처음엔 재미삼아 몇 번 했던 것이 나중엔 하루에 못해도 200~300개씩을 불게 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풍선을 불지 않으면 불안하고 하고 싶어 미칠 것 같고, 인터넷을 통해서 박스채로 주문해서 빚만 천만원 넘게 지고, 입원 후 가족들이 정리하러 들어간 하숙방에는 웃음가스를 하고 버려진 캡슐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는 끔찍한 얘기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진료실에서 듣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 꼭 아셔야 할 사항은 우리나라에선 웃음 가스는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구형하는 금지 물질입니다. 요즘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가서도 많이 하고 오시던데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에 설령 외국에서 하고 왔다 해도 국내에 들어와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물론 베트남 현지법에 의해서도 처벌 대상이구요.

"천국의 공기가 있다면 바로 이 환희의 기체일 것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로버트 사우디(Robert Southey, 1774 – 1843)가 웃음가스를 마시고 자기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쓴 말입니다.
틀린 말이 아닐 듯합니다. 웃음 가스가 여러분을 저세상으로 보내 줄테니 말이죠. 다만 그 곳이 천국일리는 없겠죠. 설령 살아서도 지옥을 경험할 것이구요.

웃음 가스?
아뇨, 지옥의 공기입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